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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절교 선언’ㆍ‘내가 이러려고 생방송 봤나’ 등 패러디 봇물
등록날짜 [ 2016년11월04일 16시26분 ]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성난 민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눈높이가 얼마나 다른지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기 때문이다.

4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날 담화는 지난달(10월) 25일 대국민 사과 이후 열흘 만에 이뤄지는 것이라,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오전 10시 30분께 시작한 담화는 약 10분간 이어졌다.

먼저 박 대통령은 "이번 최순실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면서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라며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고,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별 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통령의 말은 국민적 공감을 얻는 데 한참 부족했다는 게 이를 지켜본 사람들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이미 전날 밤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의 구속이 결정된 데다 긴급체포 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통령 지시로 (미르ㆍ케이스포츠재단의 출연금) 모금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나온 말이라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담화 중간부터는 `외롭게 지내 왔다`, `(최순실에게) 경계의 담장을 낮췄다`는 등 동정을 이끌어 내기 위한 해명이 이어졌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한쪽에서는 동정을 구걸하기 위한 `앵벌이 담화`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 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 왔는데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돼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라고 말한 대목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오기까지 했다는 전언이다.

한 시민(서울 서초구)은 "이미 국민의 마음을 찢어질 대로 찢어지게 만들어 놓고는, 더 이상 찢어질 마음조차 없게 만들어 놓고는 자신은 노력해 왔는데 결과가 안 좋았다는 대통령의 말에 화가 났다"며 "전격적으로 이뤄지는 대국민 담화라고 해서,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한 뒤 최순실과 대통령이 합작한 국정 농단에 책임을 지고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물러나겠다는 정도의 발언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알맹이 없는 말만 되풀이해서 일말의 희망도 없는 대통령이란 생각까지 들었다"고 맹비난했다.

또 다른 시민(서울 구로구)은 "이미 권위와 신뢰를 잃어 이른바 `영이 서지 않는` 통수권자가 대국민 담화를 하면서 안보가 어떻고, 경제가 어떻고 논하며 국정 혼란과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걸 보면서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여전히 국민감정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오고 있고, 연일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미래 지향적인 발언은 한마디로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를 두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대통령의 자리보전을 위한 담화"라고 평가절하 하면서 "박 대통령이 해야 할 유일한 책무는 하야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또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미심쩍게 생각한다"면서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해 추진한 일`이라고 한 것은 세 번째 사과를 요구하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혹평했다. 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지난번 사과와 마찬가지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데 대해서도 "아직도 대통령의 스타일이 안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민은 독선으로 느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담화"라고 평가했으며,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국면 전환용 담화"라며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여야가 합의한 총리에게 이양하고 물러나야 하며 그것만이 국정 붕괴 사태를 끝내고 국정을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일반 대중에 비해 정제된 언어로 의사표시를 해야 하는 정계에서도 혹평이 이어진 가운데 누리꾼 사이에서는 대통령의 발언을 패러디하며 희화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한 누리꾼은 대통령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다"고 한 데 대해 "내가 이러려고 생방송으로 담화를 봤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다"고 표현해 많은 누리꾼들로부터 공감을 자아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대통령이 뜬금없이 최순실을 향해 절교를 선언한 담화였다"라며 "국민이 쥐어준 권력을 스스로 최순실에게 넘겨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 중단 사태를 빚은 장본인이 이제 와서 무슨 낯으로 용서를 구하는 건지, 그것도 진정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담화를 통해 이러는 게 정말이지 보고 있는 내내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이 누리꾼은 이어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진실이고, 그 진실을 대통령의 입으로 직접 밝히는 것이고, 진실을 밝힌 대통령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인데, 진실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운운하며 또다시 침묵을 택했으니 이번 담화는 차라리 안 한만 못한 꼴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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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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