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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7년04월14일 10시10분 ]


1. 문제의 소재

재건축 조합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직후 매도청구 소송, 분양신청 기간 만료 직후 현금청산 소송 등을 제기하게 된다. 그와 별도로 관리처분인가 처분이 내려지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49조에 의거 해당 구역 내 소유권자 등을 상대로 명도를 구하고, 명도 등 이주 작업이 완료 되는대로 철거 작업에 들어가게 되는데 항소, 상고 등으로 인하여 철거 작업 개시 전까지 위 매도청구 등 사건의 판결이 확정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게 된다. 이와 같은 경우 조합 입장에서는 이주비 금융비용 상당의 손해가 계속 발생하게 되는데, 해당 판결이 확정되지 않다고 하더라도 가집행선고부 1심 판결에 기해서 구역 내 아파트에 대해서 철거가 가능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던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2. 대법원 2010년 2월 25일 선고 2009도8473

가. 판시사항

[1] `재건축사업으로 철거가 예정되어 있고 그 입주자들이 모두 이사하여 아무도 거주하지 않는 아파트`가 재물손괴죄의 객체가 되는지 여부(적극).

[2] 재건축사업으로 철거가 예정되어 있는 아파트를 가집행선고부 판결을 받아 철거한 행위는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재물손괴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나.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재건축사업으로 철거가 예정되어 있었고 그 입주자들이 모두 이사하여 아무도 거주하지 않은 채 비어 있는 아파트라 하더라도, 그 아파트 자체의 객관적 성상이 본래 사용목적인 주거용으로 사용될 수 없는 상태가 아니었고, 더욱이 그 소유자들이 재건축 조합으로의 신탁등기 및 인도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계속 그 소유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위 아파트가 재물로서의 이용가치나 효용이 없는 물건으로 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 아파트는 재물손괴죄의 객체가 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7년 9월 20일 선고 2007도5207 판결 참조).

2) 따라서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해자들의 이 사건 각 아파트가 재물손괴죄의 객체가 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 긴급피난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원심은 이 사건 조합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이 사건 각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및 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승소하기는 하였으나, 피해자들이 이에 불복ㆍ항소하여 이 사건 당시 항소심 계속 중이었고, 공사의 지연으로 인하여 현저한 손해가 예상된다면 철거단행가처분을 신청하는 등의 정당한 법적 절차를 통하여 위 각 아파트를 합법적으로 철거할 수 있었음에도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관할구청장에게 철거신고서도 제출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각 아파트를 임의로 철거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긴급 피난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재건축사업은 재건축 지역 내에 있는 주택의 철거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조합원은 주택 부분의 철거를 포함한 일체의 처분권을 조합에 일임하였다고 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대법원 1997년 5월 30일 선고 96다23887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조합의 정관에 "조합은 재건축을 위한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이튿날부터 사업시행지구 안의 건축물 또는 공작물 등을 철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 이 사건 조합이 조합원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이 사건 각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및 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1심에서 이 사건 각 아파트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고 조합 목적 달성을 위한 건물 철거를 위하여 이 사건 각 아파트를 인도하라는 취지의 가집행선고부 판결이 내려졌으며 위 판결은 이후 항소 및 상고가 기각되어 확정된 사실, 이 사건 조합의 조합장인 피고인 1, 부조합장인 피고인 2는 위 소송의 항소심 계속 중 제1심판결에 기하여 이 사건 각 아파트에 관한 부동산인도집행을 완료한 후 재건축 시공자에 이 사건 각 아파트의 철거를 요청하였고, 재건축 시공자의 현장소장들인 피고인 3, 4가 다시 철거전문업체에 철거지시를 하여 그 직원들인 피고인 5, 6이 이 사건 각 아파트를 철거하기에 이른 사실을 알 수 있고, 나아가 이 사건 조합이 이 사건 각 아파트를 철거하기 전에 관할구청장에게 그 신고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건축법」에 따른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형법상 재물손괴죄의 성립 여부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할 것인 바,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위 가집행선고부 판결을 받아 이 사건 각 아파트를 철거한 것은 「형법」 제20조에 정한 정당행위라 할 것이니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속단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검토

위 사건의 결론을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사건에서 `조합이 가집행선고부 1심 판결에 의거 아파트를 인도받은 후 건물을 철거한 경우에서, 철거된 아파트의 소유자들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건축 철거 당시 건물 시가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서울고등법원은 `매매계약이 성립되고 그 매매대금이 모두 지급되거나 이행제공된 후 피고들이 각 소유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이전 의무의 이행으로 그 부동산을 인도하였다면, 원고에게 그 부동산의 사용 수익 처분 권한이 모두 이전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에 터잡아 이루어진 원고의 철거행위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는 바, 매매대금 전액 지급 또는 이행 제공의 전제 아래서 가집행에 기해 건물을 인도 받은 후 해당 건물을 철거할 경우에는 손괴죄 및 「민법」상 불법행위 성립 여지가 낮다고 할 것이다(다만 위 대법원 판례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구청에 신고 없이 건물 철거가 이뤄질 경우 「건축법」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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