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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7년06월09일 12시23분 ]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택 정책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시정비업계가 가장 주목할 내용은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도시재생 뉴딜사업`이다. 본보는 해당 정책이 무엇인지 다뤄보고 그 전망에 대해 분석해봤다.

기존 단순 철거 방식 대신 기존 모습 유지하며 주거 환경 개선하자는 게 `핵심`
공공기관 주도로 임대주택 `공급`… 직접 주택 개량 나서는 집주인에 대출 `지원`

문재인 정부가 본격화하면서 그가 내세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매년 10조 원, 5년간 50조 원의 공적 재원을 투입할 정도로 주력으로 삼는 주택 정책이다.

매년 100여 개의 노후화한 마을을 지정해 아파트 수준의 공공시설을 갖춘 열린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소규모 정비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낡은 주택을 공공 임대주택으로 재활용하게 된다. 이를 위해 전면 철거 방식인 재개발ㆍ재건축 등 현행 도시정비사업과 달리 기존 모습은 유지하면서 낙후된 도심 환경을 개선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무리한 평면적 개발을 막고 구도심을 활성화하자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단순 철거방식과 달리 동네마다 아파트 단지 수준의 마을주차장, 어린이집, 무인 택배센터 등 각종 기반시설을 설치ㆍ지원하게 된다. 즉 기존 쇠퇴 지역 구도심을 정비할 뿐만 아니라 뉴타운 해제 지역과 같은 노후 주거지의 주택 개량과 재건축,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생활편의 기반시설 설치 등도 포함하고 있어 종전 도시재생에 주거개선사업을 더한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임대주택 확보를 위해서는 노후화한 기존 주택을 공공기관이 주도해 공동으로 정비하거나 매입 혹은 장기 임차해 수선한 다음 연간 5만 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방침이다. 또 낡은 주택을 직접 개량해 임대하는 집주인에게는 주택도시기금에서 무이자 대출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중앙정부 및 산하기관별 정책 추진ㆍ지원 움직임 `활발`

최근 정부가 이런 도시재생 뉴딜정책 시행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뉴딜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를 중심으로 관련 기관들이 해당 사업부문 강화에 맞춘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의견수렴 절차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정책 시행을 위한 채비를 갖춰가고 있다.

국토부는 먼저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지원할 도시경제 자문위원회와 지원센터 등을 출범시켰다. 도시경제 자문위원회는 학계ㆍ민간업계 전문가 등 20명 내외로 구성해 도시 분양 사업ㆍ금융지원에 대한 정책 방향 결정을 위한 자문 역할과 주택도시기금 도시계정 지원 사전심사 등도 담당한다.

도시경제 지원센터는 국토부에 총괄지원센터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도시재생 사업추진전략 TF를 발족한데 이어 이달 도시재생사업 모델 개발과 연계사업 발굴, 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 운영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역시 도시재생 뉴딜지원단을 구성한다. 도시재생 뉴딜지원단은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이달 20여 명 규모로 TF를 꾸린 뒤 오는 8월 중 인원을 3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HUG는 지난 4월 도시경제금융지원센터를 신설한데 이어 최근 주택도시금융센터를 증설한바 있다. 기존 1센터에 추가로 신설된 주택도시금융2센터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기금출자와 투자, 융자, 보증 등을 지원한다. 또 정비사업 보증을 담당하는 영업점을 기존 1개소에서 2개소로 확대 운영한다.

이와 함께 서울시 도시재생 정책을 추진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 지원에 나섰다. 공사는 청와대 요청으로 도시재생 정책 담당 임원들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서울시의 도시재생사업 모델을 설명하고, 소규모ㆍ맞춤형 사업을 제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와 산하기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HUG 등은 총 50조 원 규모의 도시재생사업 추진의 세부 로드맵 마련을 위한 재원 조달 마련 방안과 예산 분배, 사업지 확보 내용 점검 등에 돌입했다고 전해졌다.

나아가 국토부는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내부에 도시재생사업 실무 전담기구인 `도시재생사업기획단`을 설치할 예정이며 외부적으로는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도 이르면 오는 7월 구성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국토부는 지난 2일 새 정부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도시재생 뉴딜사업 이행계획을 보고했다는 전언이다.

정부는 뉴딜 수준인 도시재생사업의 정책 취지와 내용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고, 공감대 형성을 위해 실행과제를 점검하는 릴레이 의견수렴과 통합토론회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도시재생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세부사업을 구성하고,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부작용 방지대책을 포함한 구체적 실행 방안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됐던 구도심이 도시재생 과정에서 주거비용이나 임대료 등이 상승하면서 저소득 주민들이 외부로 밀려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어서 릴레이 의견수렴이 완료되면 정책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이달 중 토론회를 개최해 범부처 도시재생 뉴딜 협업 조직(TF) 등 실행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8일 국토부 국토도시실 관계자는 "새 정부 도시재생 뉴딜은 단순히 기존 도시재생사업의 확대나 제2의 재개발ㆍ재건축이 아닌 전국 대상의 종합 정책이다"며 "정부는 도시 쇠퇴 현황에 대한 검토를 통해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조기 정착하고,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ㆍ투기 방지ㆍ건설업계 일거리 제공 등… 예상되는 효과에 업계 `방긋`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뉴딜정책으로 기대하고 있는 바는 무엇일까?

먼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불러온다는 점이다. 뉴딜정책은 쇠퇴지역 구도심을 주택 개량ㆍ건축을 통해 정비하고 각종 기반시설 설치ㆍ지원을 골자로 하는 만큼 이를 지원할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과 직업을 수반한다. 정부는 뉴딜정책이 진행되면 중소건설업체나 집수리업체의 일거리가 크게 늘어나며 매년 39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또 기반시설을 확충해주고 대출 완화 등을 통해 집주인들이 직접 주택을 개량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재개발사업 또는 뉴타운사업 등에 비해 지역 원주민들이 떠나가는 악순환도 방치할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따라 서민들의 주거안정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투기 방지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면 철거 방식의 재개발ㆍ재건축사업은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부동산투기의 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문재인식 도시재생사업이 시행되면 또한 사실상 부동산 투기 방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기반시설을 확충해주고 대출 완화 등을 통해 집주인들이 직접 주택을 개량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투자목적으로 내 집을 장만하기는 다소 어렵기 때문이다.

침체된 건설업계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을 제공해주는 효과도 예상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대해 반색하는 분위기다. 도시정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정부의 관급 공사 발주물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SOC 투자 감소로 인해 관급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나 도시재생 뉴딜정책으로 새 먹거리가 창출될 가능성이 높아져 매출 증대에도 효과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원 마련ㆍ젠트리피케이션ㆍ사업성 결여` 우려 ↑, 대규모 개발 장점은 살려야
정치적 이념이 아닌 주거 환경 개선 위한 연구와 검토의 밀도가 사업 성패 가른다!

하지만 도입 초기인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여러 가지 예상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업계 전문가 등에 따르면 뉴딜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개발이나 뉴타운사업처럼 도로나 공원 등 기반시설을 다량으로 일괄적으로 확충하기에 무리가 있다. 건물이나 기반시설을 전면 철거하고 대규모 부지(나대지)를 확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소규모 주거환경개선 방식이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기반시설을 설치할 수가 없는 제약이 따른다는 점도 지적된다. 그렇다고 일괄적으로 철거하기 위해 다수의 건물을 매입한다면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 가중돼 메리트가 없어진다.

도시재생 뉴딜정책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공약에는 10조 원 중 2조 원은 중앙정부가 부담하고, 나머지 8조 원은 주택도시기금과 LHㆍSH 사업비로 마련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LH의 경우 현재 80조 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등 공공기관들이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사업 초기라 사실상 뚜렷한 효과를 거둘지도 미지수인 상황에서 정부에게 자금 충당은 하나의 현실적인 과제로 던져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는 우려를 표하며, 뉴딜정책이 투기를 방지하고 대규모 개발 방식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근본적인 지적도 나온다. 기존의 단순 철거방식과 달리 주민들 주체로 소규모로 개발이 되는 점은 `현실성`과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골자다.

한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는 "대규모 전면 철거ㆍ공사 방식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이라면 단점을 개선하고 장점은 그대로 유지해나갈 수 있는 대안책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이번 뉴딜정책은 투기 방지 등 단점은 보완할 수 있지만 `대규모 개발 방식의 장점은 살렸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아직 정책 도입 초기 단계라 좀 더 두고 봐야할 것이지만 기술력과 공사, 사업 추진 능력이 부재한 주민들 스스로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행착오가 예상된다"며 "뿐만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춘 개발 방식은 사업성과 효율성의 부재를 야기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5년간 50조 원이란 막대한 공적 재원을 투입한다고 해도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붙기`가 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자칫하다간 비슷한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과거 `보수`에 방점이 찍힌 이명박 정부가 대규모 뉴타운사업을 도입했다가 실패를 맛보았는데 이번 뉴딜정책은 이와 상반된 `진보`에 방점이 찍힌 정치적 이념에서 출발한 정책이란 점 외에는 나은 점이 없다. 정치적 이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연구와 검토를 얼마만큼 이행했느냐가 이번 뉴딜정책의 성패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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