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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8년01월26일 12시15분 ]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총수 2세의 경영권 승계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10년간 조직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행위를 저질러온 하이트진로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10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총수 2세인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부사장)과 김인규 대표이사, 김창규 상무 등 하이트진로 경영진과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ㆍ이하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서영이앤티를 직접 또는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장기간 부당 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하이트진로 경영진과 법인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과징금은 하이트진로 79억5000만 원, 서영이앤티 12억2000만 원, 삼광글라스 15억7000만 원으로 총 107억3300만 원에 달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박 본부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부터 각종 통행세 거래와 우회 지원으로 서영이앤티에 막대한 부당 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서영이앤티는 생맥주 기기를 제조해 하이트진로에 납품해오던 중소기업으로, 2007년 12월 박 본부장이 지분 73%를 인수하며 하이트진로 계열에 편입된 계열사다. 현재 하이트진로그룹은 `총수일가 → 서영이앤티 → 하이트진로홀딩스 → 하이트진로` 등으로 이어지는 수직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승계 지원 위한 꼼수`… 공정위, "명백한 법 위반 행위로 엄중 제재"
하이트진로 "추후 행정소송 통해 의혹 해소할 것"

먼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하이트진로는 제조업체 삼광글라스에서 직접 구매하던 맥주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쳐 구매하도록 하면서 통행세를 지급했다. 통행세는 공캔 1개당 2원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또한 2013년부터 1년간 하이트진로는 `공캔 통행세` 거래를 중단하는 대신 삼광글라스를 교사해 공캔 재료인 알루미늄코일을 구매할 때 서영이앤티를 끼워넣어 `코일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이밖에 하이트진로는 삼광슬라스의 밀폐용기 뚜껑 구매시 서영이앤티를 끼워넣어 통행세를 지급하도록 했으며, 기존 하이트진로 과장급 인력 2명을 서영이앤티에 파견하고 급여를 대신 지급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 같은 일감 몰아주기로 2007년 142억 원에 불과하던 서영이앤티의 매출은 하이트진로 계열에 편입된 뒤 2008~2012년 연평균 855억 원으로 6배나 급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하이트진로는 2014년 2월 서영이앤티가 보유한 서해인사이트 주식을 키미데이타에 고가로 매각할 수 있도록 우회 지원한 의혹도 받고 있다. 키미데이타에 주식인수대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이트진로가 보장하는 이면약정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서해인사이트의 주식 매각 금액은 25억 원으로 공정위는 정상가격인 14억 원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이 이뤄진 배경으로 하이트진로의 이면 약정을 꼽았다. 이면 약정을 체결하고 하이트진로가 키미데이타를 통해 서영이앤티에게 주식 고가 매각 차액인 11억 원을 제공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시각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주식 고가 매각 과정에 총수 2세인 박 본부장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공정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오너 일가가 주식 매각 과정에 관여한 사실을 숨기기위해 허위자료를 제출했다가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서영이앤티의 부당 지원 행위는 하이트진로그룹의 경영 승계 과정과 이어진다. 서영이앤티는 현재 박 회장의 지분증여, 기업구조 개편 등을 거쳐 그룹 지배 구조상 최상위 회사가 됐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박 회장의 단독 지배에서 2세인 박 본부장이 함께 지배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해 법 위반을 명확히 인지하고서도 장기간에 걸쳐 총수일가가 소유한 회사를 지원한 행위"라며 "공정거래질서를 심각히 훼손한 행위를 적발하고 엄중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예상보다 강한 제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정위가 지적한 사항은 이미 해소된 사항으로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당혹스럽다"며 "특히 서해인사이트 주식매각 관련부분은 다수의 회계법인을 통해 적정한 거래임을 증명했음에도 공정위와 입장 차이가 있어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고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기업 부당행위와 편법에 대한 압축판"
"앞으로도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하이트진로의 해명에도 불구, 여전히 비난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 16일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하이트진로에 공정위가 과징금 107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며 "이번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의 부당행위와 편법에 대한 압축판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와 부당상속 등을 위해서 소위 공캔에 대한 통행료, 공캔 원자재에 소위 통행료를 부과하는 형태로 여러 가지 형태의 부당행위를 저질렀다"며 "총수 일가가 얻은 수익과 상속의 결과에 비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여한 과징금 107억 원은 너무 새 발의 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크게 세 가지로 첫 번째는 총수 일가 일감몰아주기, 두 번째는 이런 일감몰아주기를 통해서 부당하고 편법으로 상속 행위가 이루어진 것, 세 번째는 이런 과정 속에서 협력사나 하청기업에 대한 갑질과 압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대기업들이 저질렀던 부당행위의 압축판으로 이 세 가지가 함께 일어난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조사결과는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기업들이 곳곳에 더 있는지, 지난 부당행위에 대한 조사와 검찰 수사가 함께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 역시 "적발된 사안이 문제가 있었던 것에는 동의하지만 새 정부 들어 `일벌백계형 사례`를 만들려는 것 같다"면서 "공정위가 연이어 유통 기업과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로 소위 `갑질 적폐 응징`을 계속하고 있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공정위가 연이어 기업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철퇴를 때리고 있는 가운데, 하이트진로 마저 도마 위에 오름에 따라 공정위의 향후 행보를 놓고 업계의 긴장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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